평결이 되었습니다.
정답은 3번.안나상씨는 비록 보이스피싱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보이스피싱 행위를 용이하게 하여 이를 방조했으므로 500만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다만, 피해자의 과실이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일정부분 책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입니다.
일시적인 곤궁함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 오히려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드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이 사건도 그러한 예의 하나이겠지요.
안나상씨는 통장,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주었을 뿐 통장에 입금된 돈은 구경도 못했을 것입니다.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생활비를 얻을 수만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안나상씨의 판단과 행동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먼저, 형사법적으로 보면, 현금카드, 비밀번호, 이용자정보 등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에 해당하고, 접근매체를 양도, 대여하는 행위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입니다. 소위 대포통장을 만들어서 보이스 피싱과 같은 범죄로 인한 수익을 인출 또는 은닉하는 것을 방지하기위한 규정입니다. 아마도 수사기관에서는 전화와 함께 안나상씨의 피의자로 입건하여 조사하였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부당이득반환의무부분을 보면, 입금된 자금을 구경도 하지 못한 안나상씨가 입금된 자금을 취득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에 따르면, 이득을 취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만약, 이 경우와는 달리, 금액이 전액 인출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면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합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보겠습니다. 통장, 카드를 주고, 비밀번호를 알려준 안나상씨의 행위는 설령 보이스피싱을 주도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를 가능하도록 기여하였다는 것은 분명하여 보입니다. 단순한 방조행위만으로도, 그리고, 그 책임이 중하다고 할 수 있는 다른 범인들도 있는데 안나상씨가 피해액 모두를 책임져야할까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전액에 대하여 안나상씨가 전액에 대하여 책임져야 합니다. 불법행위에 가담한 사람이 자신의 가담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고 한다면 피해자는 모든 가담자를 모두 찾아내고, 누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였는지를 찾아내어, 배상을 청구하여야만 피해를 회복할 수 있게 되므로, 이러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민법 제760조가 공동불법행위자 전원이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하여야함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교사자와 방조자도 공동불법행위자에 포함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의 범위는 판례상 상당히 넓게 인정되고 있습니다. 특히, 판례는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에 있어서 행위자 상호간의 공모는 물론 공동의 인식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객관적으로 그 공동행위가 관련 공동되어 있으면 족하고 그 관련 공동성 있는 행위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함으로써 그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는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고, 나아가, 공동불법행위에 있어 방조의 범위에 있어서도,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형법과 달리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법의 해석으로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다1313 판결 등 참조).
실제 사건에서 법원은 “통장 양도 당시 성명불상자가 불특정 다수인들을 기망하여 통장에 돈을 입금하게 하는 ‘보이스피싱’에 위 통장이 사용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이고, 비록 000씨가 ‘보이스피싱’의 범죄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위 통장을 양도함으로써 그와 같은 범죄행위를 용이하게 한 것이므로, 000씨는 민법 제760조에 따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다만, 피해자측의 성급한 입금을 고려하여 배상금액을 일부 감경하였습니다(출처 : 서울동부지법 2011.3.28. 선고 2010가단50237 판결; 울산지법 2011. 7. 12. 선고 2010가단40177 판결).
이 사건을 보면서 배고픈 가족을 위하여 가장이 무엇을 못할까라는 생각이 오히려 가족을 더 힘들게 할 수 있고,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여 봅니다.
평결일 : 2011년 11월 28일
* 위의 내용은 평결일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현행 법령 및 판례의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